세계 탄소배출량의 20% 뿜어내는 제조업…'녹색 혁명' 나섰다

입력 2023-10-10 18:17   수정 2023-10-11 00:51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2% 이상은 철강, 건설, 시멘트, 석유화학, 자동차 등을 제조할 때 나온다. 산업계에서 ‘고열’로 치는 섭씨 650도 이상에 도달하려면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발전·운송업 못지않게 제조산업의 탈탄소화가 중요한 이유다. 수소가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상용화는 더뎠다.

하지만 탄소 배출 비용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게 탄소국경세다. 유럽연합(EU)은 이달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EU에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출할 때 수입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면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2026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기준치 이하로 줄이지 못하면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기반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미국도 석유화학·철강 등 12개 탄소집약적 제품에 t당 55달러의 온실가스 배출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청정경쟁법’ 등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수소기업 TES-H2의 마르코 알베라 대표는 “이산화탄소 배출 비용이 계속 오르면 10~15년 내 수소 기반 친환경 철강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 제조 기업들은 탈탄소 역량을 미래 경쟁력으로 판단하고 기존 사업 밸류체인에 그린수소를 통합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불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 비료 회사인 야라는 풍력발전 회사 오스테드와 함께 그린수소를 이용한 생산 공정을 시험 중이다. 항공기용 수소 연소 엔진 기술을 개발 중인 롤스로이스는 작년 세계 최초로 친환경 수소를 이용해 현대식 항공 엔진 AE2100을 구동한 데 이어 최근 100% 수소만 태워 최대 이륙 엔진 추력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10년 후엔 수소 연료 비행기를 띄울 수 있을 전망이다.

철강업에선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탄소 저감 경쟁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철광석에 든 철과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쓰는 기술이다. 스웨덴 철강업체 사브는 일찌감치 ‘그린 스틸’(녹색 철강) 전환을 선언하고 재생가능 전력으로 구동하는 전기로와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DRI) 생산 공정을 시범 도입했다.

최근엔 업계 최초로 상업용 무탄소 철강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4만t, 2025년 약 10만t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마틴 린드크리비스트 사브 최고경영자(CEO)는 “그린 스틸 전환이 완료되면 연간 최소 100억크로나(약 1조2300억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포스코그룹도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고로를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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